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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수연]불속에서

8기


글쓴이: Y

등록일: 2012-08-04 20:15
조회수: 402 /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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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크리시는 나랑 이후의 진행방향에 대해 의논을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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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위의 구름은 마치 노을이라도 지는 것처럼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다.
하지만 그 구름을 붉게 물들인 것은 태양빛이 아니었다.

- 불이야!!
- 불이야!!

이글거리는 화마가 체육창고를 휩쓸고 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불길은 마치 누군가가 지른 것처럼 삽시간에 빠르게 창고 전체를 삼켰다.

“갑자기 왠 불이래?”
“몰라.
“안에 사람 있는 거 아냐?”

다수의 학생들이 불길이 이는 건물 근처에서 웅성거린다.
저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불길이 올라온 창고의 입구 쪽을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다.

“어엇, 저.. 저기!!”

그 때, 여학생 하나가 반쯤 불탄 입구를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콜록, 콜록,”

간신히 빠져나와 바닥을 구르자 그녀가 나온 입구가 작은 폭발과 함께 불길로 막혀버린다.
바닥에 엎드려 뒤를 보던 여학생의 표정이 사색이 된다.

“아.. 안 돼.. 친구들이 아직 저기에..”

신음소리

“사람이 있데!!”
“119는 아직이야..?!”

웅성거림이 더욱 커졌다.
불길이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긴급히 소방차나 구급차는 아직 도착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그뿐, 입구가 불길에 휩싸인 상태라 어느 하나 선뜻 움직이진 못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후우,”

교실부터 여기까지 한달음에 달려와 숨을 고르던 수연이 머리 위에 물을 붓는다.
그리고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불길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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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로 꽉 찬 입구로 몸을 날려 바닥을 구른 수연은 한숨을 내쉰다.

“..후, 예상은 했지만 좀 뜨겁네.”

방금 입구에서의 폭발은 운동장에 선을 그을 때 사용하는 하얀 가루로 불길이 옮겨붙으며 생긴 것이었다.
매캐한 냄새가 가득한 걸 보니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매트리스가 쌓인 쪽까지 불길이 닿진 않아 검은 연기는 나오지 않다는 점이다.
수연은 주머니에 집어넣은 손수건 둘 중 하나에 물을 조금 적셔 코에 가져다 막는다.

- 흐윽,

어디선가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사방에 뜨거워 거동이 쉽지 않았지만 수연은 작은 매트리스 조각 하나를 들어 불을 눌러 끄며 어떻게든 소리가 난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후, 신음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낸다.

“너.. 넌..!!”

그곳엔 아까 애쉴리에게 시비를 걸던 여학생들이 매트리스로 방책을 쌓아둔 채 옹기종기 모여 불길을 피하고 있었다.
몇 명의 얼굴과 교복이 그을린 것으로 보아 아마도 한 명이 탈출할 때 같이 탈출하려다 폭발에 놀라 이리로 돌아온 것 같았다.

“..애쉴리, 애쉴리는 어딨어!?”

수연이 따져 묻자 여학생들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우물쭈물하던 그녀들 중 하나의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며 구석을 가리킨다.

“저.. 저기 안쪽에..”

굵직한 자물쇠가 잠겨 있는 단단해 보이는 철문,
아마도 저편에 창문은 있을 테지만 밖에서 본 건물 구조로 미뤄 보아 사람이 지나갈 만큼의 크기는 아닐 것이다.
게다가 이 정도의 철물과 자물쇠라면 아무리 물리적인 힘이 강한 애쉴리여도 힘으로는 열 수 없을 것이다.

“왜 애쉴리가 저런 데 들어간 거지?”
“그.. 미.. 미안.. 우리가..”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여자애들이 흔히 하는 장난, 아니 괴롭힘이다.
이 녀석들이 이런 짓을 꾸밀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애쉴리가 그렇게 유치한 짓에 넘어갈 줄은 몰랐는데..
계속해서 수연이 다그쳐 묻는다.

“열쇠는 어딨지?”
“그.. 그게.. 바.. 방금 도망치다가 떨어뜨려서..”
“뭐라고..!?”

좀처럼 감정을 보이지 않는 수연의 눈에 다급함이 서린다.
다행히 불길은 그쪽까지 미치진 않은 것 같지만, 밀폐된 만큼 공기는 더더욱 희박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떨어뜨린 열쇠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벌써부터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가빠지고 있다. 입술을 깨문 수연이 커다란 매트리스를 하나 집어든다.

“빨리 일어나. 나가야지.”

아직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아마도 공포에 다리가 풀려버린 모양이다.
하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다. 수연이 거칠게 한 아이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린다.

“당장 일어서. 타죽기 싫으면.”

다행히 충격요법이 효과가 있었던 듯, 다들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연은 계속해서 소리를 치며 앞장서서 불길을 피해 입구로 선다. 그리고 아직도 입구를 막고 있는 불 위에 매트리스를 힘껏 던져 제압한다.

“자, 이제 나갈 수 있지? 빨리 나가서 ”
“너.. 넌..?”

밖으로 나온 여학생들 중 하나가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이미 수연은 다시 불길 안으로 사라진 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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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쿨럭,”

적신 손수건을 대고 호흡하고 있음에도 기침이 절로 나온다. 유독가스의 농도가 아까에 비해 확연히 높아졌다는 뜻이다. 불길 역시 아까보다 더 강해졌다.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무거운 매트리스를 휘두르느라 체력 소모도 상당하다.

“..후,”

하지만 수연의 표정과 눈빛은 아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아까보다 불은 더 많이 번져있었지만, 침착하게 길을 개척하며 이내 아까의 철문 앞까지 도달하는데 성공했다.

“애쉴리-!! 거기 있어!?”

큰 소리로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다른 출구가 없는 상태에서 유일한 출구는 굳게 닫혀 있다.
그의 움직임이 더욱 다급해진다. 몸은 서두르지만 머리는 여전히 복잡하다.
철문을 부수지 못하면 그녀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제길,”

수연은 필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이윽고 한창 타고 있는 나무 박스에 가득 들어 있는 알루미늄 방망이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미 불길이 닿은 곳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어 그 온도를 가늠케 한다.

“..어쩔 수 없군.”

수연은 가져 온 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게 숨을 들이쉰 다음, 코에 대고 있던 수건을 떼 다시금 물을 적신다.
그는 그것을 손에 감싼 후 배트 중 하나에 손을 가져갔다.

- 치익

충분히 물을 적신 수건을 걸쳤음에도 손에서는 화끈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큭,”

터져나오려는 비명을 꾹 누르며 철문 앞에 다다른 수연은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 쾅!

시뻘건 배트가 자물쇠를 정확히 맞춘다.

- 쾅!
- 쾅!

재차, 삼차 휘두른 배트가 자물쇠를 조금씩 갉아낸다.
휘두를 때마다 점점 무거워지고, 직접적으로 흘러오는 유독가스 탓에 눈앞이 조금씩 흐려진다.

- 쩔컹!

“쿨럭, 쿨럭,”

굳게 잠긴 자물쇠가 떨어져 나가자 철문을 발로 차서 연 수연이 재빨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벽에 기대어 주저앉아 있던 애쉴리를 발견한다.

“너.. 여긴 어떻게..”

자신을 보고 놀란 애쉴리의 물음은 뒤로 하고 수연은 서둘러 그녀의 팔을 잡아 끈다.

“나중에 얘기하고 얼른 나가자.”
“잠깐.. 앗.. 읍..,”

이제는 하나만 남은 수건에 남은 물을 모두 적셔 애쉴리의 코와 입가로 가져다 댄다.

“얼른 일어나 나가자. 시간이 없으니까.”
“,,그러고 싶어도 난 지금 설 수가 없어.”

애쉴리는 고개를 저으며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발목을 가리킨다. 그녀의 발목은 살짝 어긋나 있었다.

“너, 다리는 어쩌다 그렇게?”
“..절대 말 못 해. 감히 내 심기를 건드렸던 년들의 도발에 넘어가서 이런 데나 갇힌 것도 쪽팔린데, 화가 나서 철문 차다가 발목까지 나갔다는 꼴을 보여줬다간 내가 죽고 나서도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거 아냐?”
“......”
“그러니 너라도 얼른 도망쳐. 나 따윈 신경 쓰지 말고..”
“너답지 않은 언행이군.”
“나다운 게 뭔데!? 항상 이런 식이야! 사방이 적이라고! 내 편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러니까.. 차라리 이렇게 죽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녀의 정신 상태는 거의 극에 달해 있었다.
홀로 남아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지금까지 버텨왔지만, 아마도 그간의 설움이 폭발한 모양이다.

“후, 할 수 없네.”

수연은 고개를 저으며 애쉴리를 향해 다가갔다.

“무.. 무슨..?!”

잠시 그녀의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은 수연은 주저앉은 애쉴리를 재빠르게 양 팔로 안아올린다.

“야, 너 지금 뭐하는..”
“태생이 그래서 왕자는 못 되지만 백마가 되기엔 충분하니 부디 무례를 용서하시지요. 프린세스 애쉴리.”

...누군가에게 배운 말이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조금 느끼하다.
바둥거리는 애쉴리를 다시금 고쳐 안은 후, 수연은 이글거리는 불꽃으로 가득한 출구를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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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불길을 온 몸으로 피하며, 무한 같은 시간을 거쳐 화마의 색이 아닌 찬연한 태양 빛 아래로 돌아온 그 순간, 가물거리는 그의 의식 사이로 들려온 마지막 소리는, 용감히 소녀를 구하기 위해 불길로 뛰어든 자신을 위한 학생들의 박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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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연은 유독가스를 너무 많이 마신 상태로 무리하게 움직인 탓에 애쉴리를 구해 창고를 탈출한 직후 쓰러졌다. 소방서는 그의 용기를 기리며 명예소방대원 위촉 및 감사패 증정을 추진하였으나, 자신을 보호자라고 밝힌 여성에 의해 점잖은 방식으로 고사되었다. 후송 초기엔 저산소증에 곳곳에 생긴 화상으로 인해 생사가 불투명했으나 타고난 정신력으로 고비를 잘 넘겼다. 이후 그는 전치 3주라는 비교적 가벼운 판정을 받고 당분간 학교를 쉬게 되었다. 하지만 왼손에 입은 화상은 꽤나 심각해 완치 후에도 상당한 크기의 흉터가 자리잡을 것이라 진단되었다.

- 방화의 주범으로 밝혀진 필립은 방화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가 추진되었다. 초기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그였으나, 몇 가지 증거들이 나타나며 결국 혐의를 인정했다. 그의 변호사는 그가 사람이 있는 줄은 몰랐다는 점을 강조하며 화재로 사라진 모든 물자를 보상하겠다는 조건으로 선처를 빌었다. 그 덕분인지 그는 형사불기소 처분되어 정학 1개월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은 받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많은 뒷돈이 오고갔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못했다.

- 지금까지 퍼져 있던 애쉴리와 수연에 대한 소문은 필립이 지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거기에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수많은 학생들을 구한 수연에 대한 평가는 이전보다 더욱 높아졌다. 신기한 것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전부터 있었던 애쉴리에 대한 안좋은 소문 역시 대부분 헛소문으로 치부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간 소문을 믿고 그녀를 무시했던 많은 이들이 그녀에게 찾아와 사과하고자 했지만, 애쉴리가 짜증을 내며 모든 사과를 거절하며 몇몇 학생들을 쫓아내는 등의 행동을 해 그녀의 이미지를 다시 마이너스 쪽으로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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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시는 나랑 이후의 진행방향에 대해 의논을 합시다.
    
크리스   2012-08-05 20:37:55
야 이놈들앜ㅋㅋㅋ 박수 치지 말고 구해랔ㅋㅋㅋㅋㅋ

뒷 부분은 아무래도 필립이 뭘 꾸몄다기 보다는 함정에 빠졌다는 느낌이로군.
흑형에게 당하셨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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