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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류수연]First trigger

8기


글쓴이: Y

등록일: 2012-07-31 01:57
조회수: 376 /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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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훗,
한번 칼을 뽑았으니 끝까지 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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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쉴리가 B반으로 돌아간 뒤 며칠 후,
퇴원하여 자신의 반에 복귀한 필립은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가고 있었다.

“이제 몸 좀 괜찮냐?”
“깡패 같은 년이 여럿 다치게 했다던데.”
“..후, 미안. 다 나 때문에..”
“니가 잘못한 건 없어. 넌 그저 재수가 나빴을 뿐이야.”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언급하며 친구들은 일방적으로 필립을 두둔한다.

“후, 그 새낀 뭐가 좋다고 그렇게 더러운 년을 만나지?”
“..남의 험담을 하는 건 좋지 않아.”
“그지경이 돼서도 범생이 흉내냐? 어휴, 너란 놈도 참.. 진짜로 좋아했었나보네.”
“..뭐,”

소문에 대한 말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 애매한 반응을 보이는 필립,
그런 그의 태도에 친구들은 떠도는 소문을 더더욱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그럼 내일 보자.”
“그려, 몸 조심 하고~”

필립은 웃으며 친구들과 헤어진다.
그의 발길은 이제 먼 길을 돌아 앨리스가 사는 집 쪽으로 향한다.
그러기 위해서 반드시 지나야 하는 굴다리 아래를 지나가던 도중,

- 툭,

굴다리 위쪽에서 특이하게 생긴 검은 물체가 필립의 앞에 떨어진다.
필립은 무의식중에 물체를 집어들어 살핀다. 뭔가 키 같은 것이 잔뜩 달려 있는 리모컨 같은 물건이다. RC카를 조종하는 리모컨으로 보인다.
버튼 몇 개를 눌러 보지만 조종을 받는 기구가 범위 밖에 있는 듯, 주변에선 아무런 움직도 일어나지 않는다.

“저기 형-”

굴다리 위에서 꼬마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죄송해요. 그거 제 거에요. 돌려주시면 안될까요?”

빛이 어두워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한달음에 내려와 조심스레 손을 내미는 소년의 태도는 요즘의 아이들과 다르게 꽤나 공손했다.

“다음부터는 위험하게 놀면 안 돼.”
“네에- 감사합니다.”

필립은 웃으며 손에 든 리모컨을 소년에게 돌려주었다.
하지만 그는 달려가는 소년의 손이 꽤나 번들거렸다는 사실을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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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잘해줬어. 자, 여기 아까 말한 심부름값.
- 네, 감사합니다. 근데 아저씨 목소리가 이상해요. 어디 아파요?
- 아니, 아저씨는 원래 이런 목소리란다.
- 에.. 정말요?
- 응. 그리고, 아까 말한 것 기억하고 있지?
- 네!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기! 그런데 손가락에 바른 이거 어떻게 지워요? 엄마한테 혼날 것 같은데..
- 따뜻한 물에 잠시 담갔다 떼면 잘 떨어질 거야. 이제 얼른 출발해야지. 멀리 왔으니까 엄마한테 혼나기 싫으면 빨리 출발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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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애쉴리,”
“......”

오늘 B반의 쉬는 시간은 꽤나 소란스러웠다.
다섯 명의 A반 여자 애들이 애쉴리와 수연이 앉은 자리 근처를 포위한 채 눈을 부라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애쉴리는 팔짱을 낀 채 피곤한 표정으로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다.

“사람이 부르면 대답을 좀 하는 게 어때?”
“..뭐야?”

애쉴리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돌려 소음의 근원을 찾는다.

“남의 일에 그렇게 신경 쓰는 게 그쪽 반 여자들의 기본 특성인가요오? 그것보다, 적어도 너희들에게 뭔가 잘못 한 게 없을 텐데요오?”
“너 같은 게 우리 학교를 더럽히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해야!”

주변의 동료들을 믿고 내뱉는 비겁한 녀석들의 막말,
대놓고 내뱉는 명백한 시비조의 말애 애쉴리의 눈썹이 절로 쌍팔자를 그린다.
옆자리의 수연을 힐끔 쳐다보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다음 시간의 교과서를 읽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의 눈은 책이 아닌, 그보다 아래쪽으로 가만히 내리깔려 있다.

“아무튼, 수업 끝나고 좀 봤으면 좋겠는데.”
“어머나-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오?”
“학교 그만 다니고 싶지 않으면 수업 끝나고 체육창고로 나와. 우리 삼촌이 교육청 장학사인거 알아? 너 같은 건 얼마든지 보내버릴 수 있다고.”
“......”

겨우 그 정도 빽으로 가문이 비호하는 자신을 결코 쫓아낼 수 없다.
..하지만 본가에 이런 상황이 전달되면 여러 가지 의미로 앞으로의 생활이 상당히 피곤해질 것은 뻔하다.
그리고, 이 피곤한 녀석들에게 조금은 ‘본때’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좋아, 하지만 날 건드린 걸 후.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오.”

애쉴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방금의 말을 한 여학생을 똑바로 노려보며 또박또박 내뱉는다.
살기마저 느껴지는 그 칼날같은 눈빛에 쭈뼛거리던 여학생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 그럼 이따 보자구,”

들어올 때의 의기양양함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녀들은 재빨리 도망쳐버렸다.
괜찮을까? 정말 깡패 같은데.. 라는 떨리는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하아.. 인기인은 피곤해. 그치?”
“과연, 피곤하겠구나.”
“그러니까 오늘은 좀 자도 뭐라고 하지 마.”

크게 한숨을 쉰 애쉴리는 푹 하고 책상 위로 무너졌다. 수연은 그런 그녀의 에메랄드빛 머리칼을 살짝 쓰다듬는다.
평소와는 다르게 아무런 독설도 내뱉지 않는 그녀를 보며 수연의 눈빛은 깊숙이, 아주 깊숙이 가라앉아 있었다.
    
크리스   2012-08-05 20:35:12
진득한 분노가 느껴지는 표현이네.
왠일로 표현에 신경을 쓰고 그랭.
하던대로....흠 아니 발전한건가! 설마 Y가 나 모르는 사이에 발전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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