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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천운] 고백

8기


글쓴이: 소시에

등록일: 2012-07-24 20:08
조회수: 385 /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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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나에게 단 한 번의 용기가 있고 그것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면
그 용기를 사용해야할 단한번의 기회는 이미 놓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후회하기 보다는 또 한 번의 기회에 용기를 사용해보자.
그것이 아버지의 바람을 이루고 나에게 다음번 용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준다면...
나는 그것을 붙잡아야겠지.
그리고 그 용기를 준 것은 하연의 편지.
어떤 형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내 용기를 부딪쳐 보기로 했다.
수업시간이 끝난 후 그간 찾지 않았던 교실을 지나 옥상으로 올라갔다.
물을 줄 사람도 없었는데 화단의 흙은 충분히 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것에 감사를 느끼며  저 멀리 보이는 체육관을 바라보다 크게 숨을 들이셨다.

부활동이 한창인지 체육관은 왁자지껄한 소리가 밖에까지 들리고 있었다.
떠드는 소리가 아닌 각자 구호를 외치거나 응원단의 함성 소리 같은 것이었지만.
내가 ww는 수영장은 그런 체육관에 연결된 통로를 지나가야만 있었다.
하연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예전에 나의 오해를 풀어주려고 큰별이가 수영부를 찾아 갔을 때 귀찮은 소문에 시달렸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나는 부활동이 끝날 때가지 기다리기로 하고 교목 밑에서 그늘을 피해 앉아 있었다.
작은 꽃가지만 신경 쓰고 있었는데 학교에 이렇게나 큰 나무도 있었구나.
새삼 옥상 위에서만 바라보던 나무가 그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것에 색다른 기분을 느꼈다.
.
.
.
하늘은 어둑어둑 해졌고 소란스럽던 체육관도 조용해졌다.
그늘아래서 시원함에 취에 또 잠이 들고 만 것이다.

“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영장 쪽을 확인하니 연습실의 불빛은 꺼져있었고 보안등의 불빛만 간간이 비춰왔다.
이런 얼빠진 녀석 이라면서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데 뒤에서 무언가 내 등을 톡톡하면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니 나무 옆에서 팔을 뻗고 있는 하연의 모습이 보였다.

“뭐하는 거야?”  
나는 기지개를 피고 능청스럽게 웃어 보이며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말이야’ 라고 말했고 하연은 그런 내 얼굴을 보며 살짝 미소 지으며 내 옆에 앉았다.
바람이 불어온다.
향기로운 라일락 삼프 향이 풍겨왔다.

“저녁바람이 기분이 좋은데.”

하연은 기분 좋은 듯 두 눈을 감고 저녁 바람을 느꼈다.
  
‘지금이 기회인가.’
나는 흘긋 하연의 얼굴을 보았다.
갑자기 지금까지 없던 묘한 감정이 솟아나며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필요이상의 혈액을 뿜어내는 심장 때문에 얼굴일 화끈거리고 손발이 떨리는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바로 옆에서 얼굴을 보며 말할 자신이 없었다.

“편지 봤어.”
“그래?”
  긴장감을 담아 운을 뗐지만 너무도 담담하게 돌아오는 목소리에 되레 긴장감이 배가 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마음을 다잡으며 나의 용기를 끄집어낸다.

“아버지...안치소에 다녀왔어. 장례식에는 참가 못했지만...아버지가 내게 편지를 남겨놓으셨더라고.”
  
“...잘했어.”

들릴지 않을 만큼 아주 작은 목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열살 때 엄마가 집을 나갔어. 아버지의 친구랑 바람이 나서.  아버지는 그 일로 실성하셨고. 매일매일 그 일을 되뇌면서 원망하셨어. 그런데 내가 부르면 언제나 웃으면서 대답해 주곤 하셨는데 그 얼굴이 너무도 잊히지 않아, 그런 가짜 웃음은 싫다고 그 미소가 너무도 싫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내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어. 그런데 아버지의 편지를 보고 나니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 아버지는...그 순간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의 웃는 얼굴을 보여주신 거였어. 거짓 웃음 따위가 아닌. 내가 걱정하지 않게. 언제나 웃는 얼굴로...”
따듯한 두 손이 내 눈가를 어루만졌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하연은 따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셨는데 세상에는 따듯한 눈물과 차가운 눈물이 있데. 눈물샘에서 흐르는 눈물은 차갑지만 마음에서 흐르는 진짜 눈물은 따듯하다고. 지금 내 눈물은 아주 따듯하니까...”
하연의 울 것 같은 눈망울을 보고 있으니 왈칵 하고 눈물이 더 쏟아 질 것만 같았다.
따듯한 것은 네 손이야.
그 말을 하지 못하고 결국 더 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
.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학교의 안내 등이 켜져 밝게 빛나고 있었다.
뭔지 모르게 여자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나니 조금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하연에 대한 마음이 커졌다고 생각됐다.
나와 마찬가지로 눈물을 흘린 하연의 눈가가 조금 부어있었다.
내 눈길을 느꼈는지 하연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하연아.”
“으, 응?”
아직 울음기가 다 가시지 않았는지 목소리가 조금 떨려왔다.
나는 다시 숨을 들이쉴 겨를도 없이.

  “좋아해. 아마도 아니 분명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림이 너 일 거야.”
라며 한치의 망설임도 버벅거림도 없이 고백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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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가 가까워 오는군요.
    
크리스   2012-07-24 20:17:15
결과가 어찌 되었든 여기까지 소년이 성장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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