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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류수연]에이스 카드

8기


글쓴이: Y

등록일: 2012-07-22 00:51
조회수: 406 /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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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 단지 어떤 공간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그 공간의 공기가 삽시간에 무거워진다.

일반적인 사람이 그런 경험을 계속해서 한다면 보통 그곳을 떠나거나 도망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이다.
만약 그러한 선택지를 고를 수 없는 상태라면, 아마도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좋은 아침,”

예전과 다름없는 인사를 건네보지만, 오늘도 반 학생들은 자신의 눈을 피하며 썰물처럼 갈라진다.
최대한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도착해 물수건을 꺼내 자신과 애쉴리의 책상과 의자를 닦아낸다. 침을 뱉은 놈들이 몇 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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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소문은 마치 누가 일부러 증폭시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그 정도의 지저분한 소문이 이렇게 퍼지게 된 것은 아마도 평소에 자신의 고깝게 보던 이들이 퍼트렸다기 보다는 뭔가 ‘외적인’ 작용이 존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쟤가..’
‘..애쉴리가 먼저 꼬리 치지 않았을까?’
‘..저 녀석.. 얌전한 모범생인 줄 알았는데..’
‘..아냐, 그럴 리- 아니, 사실이겠지. 역시 남자들이란 죄다 그렇고 그런..’

..못 들은 척 하기도 피곤하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의 내용은 자신에 대한 소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후우,’

소문이 퍼진 후 자신에 대한 반응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노골적으로 무시하거나,
기회라도 잡은 듯 대놓고 적대시하거나,
그리고 억지로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대하는 척 하거나-즉, 관심이 없거나,
그럴 리 없다며 부정하거나..

보통 조그마한 일에도 틀어지는 것이 보통 이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다.
그들은 누군가가 만든 가쉽gossip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존재일 뿐이다.
그렇기에 굳이 자신이 거기에 사사로운 감정을 부여할 필요는 없다.

“..아..”

우연히 희정과 눈이 마주친다. 그러자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마도 그녀 역시 소문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전해준 것은 저쪽에서 도끼눈을 뜨고 있는 반장이겠지.

‘..아무래도 도서부는 당분간 쉬겠다고 말해둬야겠군.’

도서부 역시도 환영할 만한 결정일 것이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아마도 자신을 멀리하고 싶어할 테니 말이다.

- 쿵, 쿵, 쿵,

박력 있는 발소리에 다시 한번 아이들의 대열이 썰물처럼 갈라진다.

- 철푸덕!

애쉴리는 평소처럼 등교와 동시에 아무렇게나 가방을 바닥에 팽개쳐 놓고 인사도 없이 책상에 엎어져버렸다.
이제 그녀의 평판은 더 이상이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던 몇 놈들을 혼내 준 이후로는 의외라고 할 만큼 잠잠했다.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 이런 상황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뭘 봐?”
“딱히,”

시선을 느낀 애쉴리는 짜증을 버럭 부리고 다시 엎어져버린다. 신경질적인 반응일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일단 당장 소문의 근원을 찾아가 두들겨 팬다던가 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징조는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 조금만 참으면 된다. 모든 것은.. 모든 것은 자신의 계획 안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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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머리카락 사이로 비치는 아련한 느낌,
수많은 상처는 그녀의 것일까, 아니면 나 자신의 것일까..
그리고 그 누군가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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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구나, 알았어.”

예상대로 희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소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 점에선 꽤나 고맙다랄까,

“..응, 이해해 줘서 고마워.”

몇 개 안되는 짐-책 몇 권과 담요 등-을 챙겼다.
별 말 없이

“..저기..”

“그 소문.. 사실.. 이야?”

발걸음이 우뚝 멈춰선다.
조심스럽게 묻는 이는 희정이었다. 그녀라면 아마도 물어올 것이라 예상했었다.

모두에게 퍼져버린 소문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알게모르게 자신을 시샘-아마도 성적 탓-하던 이들에 평소 애쉴리의 외모를 보고 추파를 던지던 이들까지 더해져 소문을 퍼뜨리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 내용 역시도 엄청나게 추잡했다.

애쉴리의 육탄공세에 넘어간 등신이라는 평가는 양호한 편이다.
필립과 잘 사귀던 애쉴리를 더러운 방법-언급은 없다-으로 꼬셨다거나,
사실 밤에는 모범생 이미지를 벗고 어딘가의 뒷골목에서 여자를 후리는 한량이었다거나,
심지어는 이미 그렇고 그런 사이를 넘어 아이를 몇 명이나 유산시켰다라는 엄한 소문까지..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정말로 얼토당토없는 소문들이었지만, 타 반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러한 소문을 믿고 자신을 멀리했다. 그리고 B반에서도 점점 그러한 기류가 만들어지려 하고 있다.

..유감은 없다. 그럴수록 상황을 뒤집었을 때의 반력은 더더욱 강해지니 말이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이 둘에게만큼은 변명을 해두는 것이 예의에 알맞겠지.

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상태로 조용히 말문을 열었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퍼져버린 기정사실들이니, 내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 꿀꺽,

긴장한 듯한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너희들이 날 믿어준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

뭔가 이야기를 하려는 둘을 뒤로한 채 독서부의 문을 나섰다.
어차피 조만간 돌아올 것이니 더 이상 변명에 시간을 지체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그 둘이라면.. 이 이상의 많은 말은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들이라면 분명, 아마도 자신이 이곳으로 돌아온다면 평소와 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줄 것이 말이다.

- 우우웅,

문을 나서자마자 휴대폰에서 문자의 도착을 알리는 진동이 울린다.

‘주문하신 물건이 도착했습니다. –에센셜 점장’

그토록 기다리던 소식이 드디어 들려왔다.
    
크리스   2012-07-24 19:56:21
적절한 활용이 준수하넹.

소문이 변하는 과정도 흥미롭게 묘사를 했고.
일단 내가 생각했던것 이상으로 더 소문은 재미나게 발전하고 있고 애쉴리 상태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거의 정확하게 짚어냈음에 감탄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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