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에고소드] 흑룡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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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크리스

등록일: 2015-01-24 21:32
조회수: 341 /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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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오지마! 한발 자국이라도 이쪽으로 왔다간......."

흑발의 소녀가 눈을 무섭게 치켜 뜬채로 손에 든 꽤나 무서워보이는 프라이 팬을 들고있다. 한걸음. 두 걸음. 물러서는 그나는 이윽고 벽에 부딪치고 만다. 새파랗게 질린 그녀의 앞으로 무신경해 보이는 사내가 뚜벅뚜벅 걸어온다. 두 눈을 꽉 감은채로 소리지르는 소녀.

"저리 안가?!"

한숨을 쉰 청년이 무심한 얼굴로 중얼 거렸다.

"......누구신데 남의 오두막에서 행패십니까?"

공기에 얼음을 한바가지 넣은 듯한 어색함이 두 사람사이를 흐르고 이윽고 소녀는 입을열었다.

"너....너를무찌를 흑룡이시다!"

말없이 쬐끄만 소녀의 목덜미를 움켜쥔 청년은 그녀를 짐짝처럼 들어다가 뻥 하고 문밖으로 걷어찼다. 그리고 자칭 흑룡님께 정중하게 또 정중하며 또한 으르렁거림을 섞은채 이야기했다.

"꼬맹아. 흑룡놀이인지 인질 놀이인지 모르겠지만 남의집에 함부로 들어오는거 아니다."

아픈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울상짓는 그녀를 내려다 보던 사내는 한숨을 쉬고 문을닫았다. 말 한마디 없던 그녀가 둔부를 툭툭털고 일어나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거 자식 말도 못붙이게 하는구만."

자신의 실책을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품안에서 책한권을 꺼내며 의기 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뭐. 예언서는 손에 들어왔으니 되었나."

"안되지 그럼."

등뒤에서 울리는 음산한 소리. 그녀는 고개를 삐그덕 거리며 등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무심함에 분노를 촤촤 뿌린듯한 표정을 지은 사내가 팔짱을 낀채 자신을 내려다 보고있었다. 그녀의 손에 든 책을 홱 하고 빼앗은 청년은 짜증섞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느나라에서 온 손님인지 모르겠는데, 예언이란건 그리 우습게 볼게 못된다. 네가 어찌 죽을지 읊어주기 전에 냉큼 떠나라."

말을 마친사내는 등을 돌려 허름한 오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책을든 사내의등은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둥글게 굽어보였다. 쓰게 웃은 그녀는 그런 초라한 사내의등을 향해 물었다.

"그럼 말해다오.나의 마지막을."

사내가 우뚝 선다. 소녀는 말을 이었다.

"나의 이름은 소시에. 세상의 끝에서 이 세계를 지키라 명 받은 영광스러운 흑룡의 후손."

사내가 분노 서린 표정을 지은채 돌아서지만 그여는 아랑곳 하지않은채 말했다.

"말해보라는 예언자여. 이 삶에는 끝이 있는가?"

예언자 종훈은 물끄러미 소시에를 바라보았다. 심연을 닮은 그녀의 깊고 어둑한 눈동자에 비치는 흐릿한 미래의 모습.

"......정말 흑룡이로군. 쓸데없는 질문이다만 왜 그게 알고싶은지 물어봐도 될까."

소녀는 풀죽은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무료해져서 말이다. 이 기나긴 시간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어리석음이."

사내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여전히 흐릿하다. 미간을 찌푸리며 보려고 하지만 뿌옇게 김서린 위안을 억지로 보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이었다. 종훈은 단한번도 이런 느낌의 미래를 본적이 없었다.

"모르겠소."

이번엔 소시에 쪽이 인상을쓴다.
종훈은 그런 그녀에게 씁쓸하게 중얼거린다.

"보일것도 같은데 좀체로 보이질 않는군. 처음이오. 이런미래는."

한층더 소녀는 풀이 죽었다.

"그런가. 알았네."

어깨를 축 늘어뜨린채 그녀는 발걸음을 돌렸다.
터털터털 걸어가는 작은 소녀의등.
조금 안쓰러웠다.



그래서 그는 마음에도 없던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년에 다시봅시다. 혹 아오? 그땐 볼수있게 될지."

소시에는 화악 밝아진 얼굴로 돌아선다.
멋쩍게 안어울리는 미소를 입에 띄운 종훈은 손을 흔들어보였다.

크게 고개를 끄덕인 소시에는 손을 마주 흔들었다.
    
작파   2015-01-25 23:58:07
흐흐흐 간만의 소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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