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행복한 마을에 천사는 오지 않는다-2♯.오래된 학교에는 지하창고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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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시에

등록일: 2013-02-16 13:11
조회수: 427 /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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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
 
어떻게 끝났는지 모를 첫 수업의 기억은 터질 듯한 심장 소리와 쓰러질 것 같이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긴장상태에서 끝이 났다. 간신히 준비해간 분량의 수업을 마친 것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정 선생님 잠깐 괜찮으세요?”
“아. 예. 무슨 일이신가요.”
그렇게 교무실로 돌아와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수학 담당의 유호열 선생님이 말을 걸어왔다.
눈과 코 부근에 있는 큰 주름과 서글서글해 보이는 표정이 나이가 들어 보이지만 나와 그다지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2년차의 교사였다. 그런 점 때문인지 첫 회동이후로 신입 담당이라는 명목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하하. 모습을 보아하니 첫수업의 감격의 여운을 즐기고 있는 것 같네요. 저도 2년이나 지났는데 그때의 일이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요. 꿈을 이룬 감격이랄까. 굉장히 감동해서 수업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지요.”
“아니. 저는 좀 다른 여운이 하하. 그런데 하실 말씀이?”
“아. 우리 학교는 정식 부원이 아니어도 주 1회 이상 클럽활동을 해야 된다는 건 알고 계시죠? 이 학교 출신인 정선생님이면 잘 알고 계시겠죠. 그래서 선생님들도 웬만하면 한 개 이상의 클럽을 담담 하도록 돼 있습니다만.”
이 학교는 클럽활동의 제한이 없다.
인원제한이 없으니 만들기도 쉽고 활동에도 제한이 없다. 다만 5인 이상의 클럽은 정식으로 등록을 하도록 하고 담당선생님을 두게 하는 것 정도이다. 몇 가지 사소한 규칙이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 문제가 일어났을 때의 조치 같은 것들이라 실제로 학생이 신경써야하는 것 몇 가지 없었던 것 같다.  
“하하 될 수 있으면 신임인 정선생님은 이번학기 클럽담당에서 빼려고 했는데 신선생님이 병환으로 빠진 틈에 휴부 상태였던 부가 다시 활동신청서를 내서 말이죠, 정말 클럽 활동을 하고 싶다는 학생을 막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닙니까? 게다가 이 클럽이 말이죠. 아주 유서 깊은 클럽이라고 하네요. 무려 30년이나 됐다고 하니. 무슨 사정으로 휴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런 클럽이 다시 활동을 시작하게 됐으니 다시 학교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괜찮으시죠?”
어디까지나 권장이기 때문에 고문을 맡는 것에 강제력은 없었다. 때문에 설마 거부하시지는 않겠죠? 라는 느낌이 전해지는 말이었다. 그런 점들이 천성 교사 같은 느낌이랄까. 보고 있으면 열정 같은 것이 겉으로도 보이는 사람이었다. 싫은 것은 아니지만 안지 얼마 안된 내가 보기에도 조금 무리하고 있는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 였으니까.
“아. 예. 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학생들하고 빨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요. 그런데 어떤 클럽입니까?” 될 수 있으면 내전공이나 아님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명이 뭐라더라. 신청서가 여기에 있었는데, 아 이거네요. ‘행마천’? 이상한 이름이죠. 특이하면서도 묘하게 머리에 안남는 이름이네요. 행마천 행마천...”
유호열선생님이 건내준 종이에 적혀있는 행.마.천이라는 부명을 보고는 나 역시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30년이나 됐다고 하면 내가 이 학교에 있을 때도 있었던 부일 텐데 들어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재활동 신청을 했다고 하니 그렇다면 내가 다니던 시절에도 휴부상태였다는 건데.
나는 자리에 앉아 컴퓨터에 저장돼있는 부활동 알림파일을 열어 행마천이라고 적혀있는 부의 활동 내역을 읽어보았다.
[-행마천-
1969년 창단.
이 도시에 흐르는 도시전설을 찾는 이야기 모임.
도시전설이란 도시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비일상적인 이야기로 향토 전설이 도시화된 현대에 맞춰 발전한 괴담 같은 이야기이다.]

  “저. 저기 유호열 선생님. 혹시 이 부말고 다른 부는 없습니까.”
  “예? 지금 선생님이 맡아 주실 부는 행마천 말고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뭔가 표정이 안 좋으신데 사정이라도 있으신가요?”  

오컬트 모임 같은건 내가 제일 약한 부분이다.
나는 괴담이나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다. 나의 주체할 수없는 상상력은 한번 본 영화의 괴물을 꿈에 출현시켜 악몽을 꾸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아버지는 공포물 매니아로 영화, 게임, 서적들을 모으시는 취미가 있으신데 덕분에 어릴 적 아버지 몰래 본 공포영화에서 걸어 다니던 손을 본 이후로 며칠을 손 괴물에 시달리고 시름시름 앓다가 나중에 어머니께 추궁당해 아버지의 공포영화를 본 사실을 인실직고하고 크게 혼난 사실이 있는데 그때 이후로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의 공포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인지 알겠는가?
게다가 나는 상당히 팔랑귀 기질이 있다.
대학생 때의 기억 중 이상한 다단계에 속아 넘어가 ‘얼티밋 요강’이라는 제품을 팔게 된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의 손에 끌려가다 시피해서 군대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얼티밋 요강이라는 제품의 매력에서 스스로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로 진심으로 넘어가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대학 인생 중 6개월을 그런 요강 따위에 허비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다행이 군대에서의 이런저런 경험이 8랑귀에서 5랑귀 정도로 좋아지는 진전이 있었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사람의 말을 금방 믿어버리는 나에게 있어서 도시전설 같은 바로 옆에 있을 것 같은 괴담을 듣는 것은 피하고 싶다.    
“아니. 어릴 때부터 할머니께서  오컬트, 미신, 종교 같은 것들은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하셔서.”
“에!? 뭡니까. 그건 미신 같은 건가요?”
비아냥거리는 것 같은 대사 같지만 유호열 선생님의 표정을 보면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허어. 진심인가보네요. 이런......곤란한데요. 그런 이유라면 저라도 바꿔 드렸으면 좋겠지만 제가 맡고 있는 배구부가 올여름에 대통령배가 있어서 한창 바빠서 말이죠. 아마 운동부를 맡고 계신 고문 선생님 들은 다들 그럴 겁니다. 혹시나 문과쪽 클럽만 하시는 선생님이 있으시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별로도 업무를 맡으시는 학생주임님 말고는 다들 운동부를 하나씩 맡고 계시니까 거진 대회 준비로 바쁘실 겁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답변이 돌아오니 나도 모르게 필요 없는 사족을 달아본다.

“그래도 30년간 활동이 없다가 갑자기 부활선언을 하는 동아리라니. 뭔가 미스터리한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시작 아닙니까.”
“그렇네요. 이것이 추리소설이었다면 원한관계로 부실에 모인사람들을 하나둘씩 살해해가는 서스펜스 같은 전개가 되려나요. 그렇다면 선생님은 탐정 역할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원래 이런 경우 그런 전개가 많으니까요.”
나의 농담을 더 큰 농담으로 받아치고는 바쁘게 팔을 움직여 서류를 정리해가는 유호열 선생님의 뒷모습을 보곤 더 이상 말을 걸지 못하곤 작은 한숨을 지었다.
어쩔 수 없나 하는 마음으로 일지라도 살펴보려고 하니 일지 파일이 누락돼있었다.
“30년 전이면 아직 컴퓨터가 들어오기 전 이기도하니 분명 수기로 적은일지가 있을 거예요. 그때는 분명 정식 동아리로 활동 했을 거니까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유호열 선생님은 됐다는 듯 손을 두 번 휘휘 흔들고는 서류더미를 들고 교무실을 나가셨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시계를 보았다.
다음 수업은 3시간 후.
도서관에서 일지 하나 찾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행마천이라고 했지.
지금 컴퓨터에는 자세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동아리 일지를 디지털화하기 전에 동아리가 폐쇄되어 지금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그전에 글로 남겨놓은 일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없네요.”
“어...없다뇨?”
도서관 사서는 내 얼굴과 모니터를 번갈아 바라보며 모니터의 글씨가 잘 안 보이는지 안경을 들어 시아를 조절했다.  당황하는 빛이 역역한 내 얼굴을 바라보는 사서의 얼굴은 말투만큼이나 무심했다.
“데이터베이스 상에는 행마천이라는 동아리의 수기는 입력돼있지 않아요. 혹시나 분류를 기입 하지 않았던가, 오타가 아닌가 하고 카테고리를 제거하고 두 단어씩 끊어서도 검색해 봤지만 나오지 않네요. 죄송해서 어쩌죠,”
“아. 아뇨. 서기님이 죄송할 일은 아니죠. 후후”
나는 허튼 웃음을 보이며 씁쓸한 발걸음으로 도서관을 등졌다.
이렇게 행마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 사라져버렸다.
“아...어쩌면.”
시계를 보면서 밖으로 나가려는 나를 붙잡듯 뒤에서 들려오는 사서의 목소리에 발길을 멈췄다.
“오래된 기록이라면 이곳이 아니라 지하 창고에 있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오래된 학교다 보니 기록이 쌓이고 쌓이니까요.”
    
Crim   2013-02-18 10:28:54
점점더 미스테리어스해져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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