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행복한 마을에 천사는 오지 않는다- 1♯. 감상보다는 감화.

일반


글쓴이: 소시에

등록일: 2013-02-16 13:10
조회수: 377
 
‘뭐. 뭐라는 거야. 초능력? 사람의 마음을 읽는 그 독심술 같은걸 쓴다는 건가. 내가 했던 이렇고 저런 생각들을 다 들켰다는 거야?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맘이 읽히고 있는 건가. 무. 무로 돌아가자.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
몸 전체를 깊은 바다 속에 던진 것 같이 단 한 가지 사실에 집중하여 머리를 비운다.
멍-
그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 상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알 수없는 소리, 의식 저편에서 불어오는 생각의 미풍이 내 집중력을 흩어놓았다.
후욱~
“으악”
귓가로 불어온 바람에 화들짝 놀라는 내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소녀는 웃고 있다.
아니 지금 이런 생각까지 다 읽히고 있는 건가.
  
“정말 재밌는 선생님이네요. 농담을 뭘 그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자요.”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놀라면서도 내밀어진 카드를 얼떨결에 받아든다.
  “저쪽에 떨어져 있어서 주워왔어요. 역사에 가져다 줘야 하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학교의 이름이 쓰여 있느니 차라리 교무실이 낫겠구나. 라고 생각해서 가지고 있었죠. 다행이도 얼굴을 보자마자 알아볼 수 있어서 전해드릴 수 있었네요.”

그것은 잔득 긴장해서 찍었던 증명사진이 붙어있는 빛나는 교직원용의 카드였다.
절대로 닮지 않게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생각보다 스스로의 외모를 높게 평가하고 이었던 것인가.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냥 전해 드리려고 했는데 멍하게 계신 모습에 무심코...”
무심코 사람의 간이 떨어진 만한 농담을 했다는 건가. 장난도 좀 짓궂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게다가 첫 출근을 하는 날이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오히려 좋은 기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하. 괜찮아. 첫 출근인데 직원카드를 잃어버렸다고 하면 어떤 꾸중을 들었을지 알 수 없고 이정도로 넘어갔다면 오히려 감사할 일이지. 고맙다 정말.”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선생님 목소리’로 말한다. 살짝 미소를 짓는 얼굴을 보니 잘 전달 된 것 같다.
학교라는 곳은 소문이 엄청나게 빠르고 훌륭한 전승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3년의 생활 후 졸업하는 학생과 다르게 선생의 소문은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따라 다니게 된다. 별명이 없는 평범이 제일이지만 만약 별명이 생긴다면 ‘독종’ 이니 ‘돌아이’ 같은 별명보다는 좋은 별명이 있을 것 이니까.
.
.
.
“그럼 선생님. 나중에 뵙게 되면 아는 척할게요. 첫 출근 힘내세요.”
귀여운 학생의 친절한 학생의 안내로 첫 출근을 별 어려움 없이(?) 완수했다. 고개를 빙 둘러 학교를 살폈다. ‘이곳이 오늘부터 내가 일하게 될 곳이다!’ 라는 감상보다는 감회 같은 감정이 더 많이 들었다.
“왔냐 하준아.”
다가와 얇은 막대기로 등을 탁탁 하고 치시는 이분은 전형적인 학생주임 선생님의 모습이지만 외견뿐이 아니라 실제로도 학생 주임을 맡고 계시는 최봉락 선생님이시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하준이도...이제 학생이 아니라구요.”
옆에 인자한 모습으로 지켜보고 계시는 분이 안미숙 선생님. 고운얼굴에 부드럽게 잡혀있는 주름살을 봐도 화를 내실지 모르는 상냥한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히야~이미 알고 있었지만 서도...정말로 이렇게 보고나니 새롭다. 새로워.”
“그래도 당신이 똑바로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하준선생을 보는 시선에 영향을 미치니까 조심하라고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비뚤어진 봉준 선생님의 넥타이를 바로잡는다.
이렇게 설교하시는 것 보면 덜렁이 선생님이라고 불렸던 젊은 시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 모습은 봉준 선생님의 부인으로써의 미숙 선생님의 모습일 것이다. 결혼 후에 덜렁거리는 모습은 사라지고 엄하면서도 다정한 선생님이 됐다는 평가였다.
걸걸한 말투만큼 남자다운 봉준 선생님이기에 뒷머리를 북북 긁으시면서 머쓱한 표정을 감추려 하셨다. 하지만 이것은 나에게는 새롭지도 새삼스럽지도 낯간지럽지도 않은 모습이었다. 안미숙 선생님은 삼년연속 학급의 담임 선생님이셨으며 봉준선생님은 방황하는 청춘의 가는 길을 잡아 주신 분이셨다.
즉 아는 모교인 무도대 부속 고등학교에 선생님이 된 것이다.

만든 지 얼마 안 된 교무실의 문은 마찰음조차 들이지 않는 문에 이질감을 느꼈지만 안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내기 억에 있는 교무실의 모습과 크게 다름이 없음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조금 이르지만 정하준 선생님 오늘부터 바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예!”
긴장했던 교장대리선생님과의 상담은 이 한마디로 끝이 나버렸다.
예전 담당선생님께서 병환으로 입원하게 되어 그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중간채용 시험을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별다른 인수인계 없이 바로 반을 맡게 될 거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리도 빠를 줄이야. 지금 무도대 부속 고등학교는 신입인 나에게 담임을 맡길 정도로 선생님의 수가 부족한 것 같다.

1-3반
오늘부터 내가 담임을 맡을 교실.
남은 건 2학기뿐이지만 나에게는 처음 맡게 되는 학생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교실로 들어선다.
처음 들어가는 교실임에도 인솔 교사도 없이 자기소개도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주눅 들지 않는다.
모든 아이들의 시선이 모인다.
나도 모르게 꿀꺽 하고 마른 침을 삼키고 교단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간다.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는 출석부를 내려놓고 나도 모르게 칠판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다.
탁탁탁탁-틱.
‘아.’
분필이 이렇게나 물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름을 쓰면서 부서지는 분필을 원망했다.
‘좋아..하나둘...’
맘속으로 그렇게 숫자를 세서 셋 하는 순간 뒤로 돌아섰다.
이대로 공백을 두지 않고 이름을 외치며 자기소개를 해야지 라고 생각한 순간 눈에 확 띄는 여학생 두 명을 보고 나도 모르게 들이쉰 숨이 막혀 기침을 해버렸다.
한명은 지하철에서 봤던 미인.
또 한명은 짓궂은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어쨌든 안면을 트게 된 학생이었다. 생각해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 이름 모를 학생은 반갑게 웃으며 작게 손을 흔들고 있었지만.
그리고 두 명을 함께 보고서야 깨달은게 있었다. 이 둘은 닮은 게 아니었다.
두 명은 쌍둥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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