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행복한 마을에 천사는 오지 않는다.-0♯. 초능력자 일리가 없지.

일반


글쓴이: 소시에

등록일: 2013-02-16 13:09
조회수: 353 /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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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
 
일찍이,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한 소녀가 있었다.
학창 시절 동안 변변한 추억하나 만들 지 못한 소녀는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 도합 12년의 학창 시절 중 11년이나 지나서야 그런 생각을 했지만, 소녀에게 이것은 매우 큰 결심이었다.
소녀는 특별히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친구가 없었다.
이유는 알지 못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됐으니까.
어쩌면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문제는 자신에게 있는 것인가?
“이렇게 저렇게 잴 필요 없잖아. 그런 마음을 가진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난.”
소년의 말에 힘을 얻은 소녀는 용기를 내서 동경하던 동아리 활동을 해보기로 했다.
그녀가 선택 한 곳은 어느 인문학 동아리. 하지만 그곳은 작년 3학년이 졸업한 이 후 신입생이 없어 휴부가 된 상태였다.
‘이 부를 다시 재건하는 거야.’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 소년에게 용기를 내서 부원이 돼달라며 부탁했다.
소년이 곁에 있으면 소녀는 언제든지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0♯. 초능력자 일리가 없지.

아침 5시.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하니까’ 라며 애써 일찍 잠자리에 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싫은 아침이다.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것으로 어떻게든 정신 차렸지만 아침은 든든히 먹고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밥맛조차 없었다.
물이라도 먹어볼까. 아침에 일어나 먹는 물은 몸에 좋다고 하니까. 하지만 빈속에 먹는 물은 무언가 중요한 것까지 쓸려 내려가는 상실감 같은 느낌을 준다. 결국 차갑고 단단해진 삼각 김밥을 질근질근 씹으며 메인 목을 물로 넘겼다.
옷장을 열어 잘 다려진 회색 줄무늬 양복을 꺼냈다.
대학 졸업식에 입을 옷이 없어 한 달 월급 대부분을 들여 구입했던 양복은 조금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을 빼면 내가 가진 옷 중에 가장 비싼 옷일 것이다.
졸업 하고나서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다행이 끼거나 하는 곳은 없었다. 만약 낀다고 하더라도 애초에 입을 양복이 이것 밖에 없으니 어떻게든 입었어야 했다. 그렇게 말하기 무섭게 바지 단추를 잠그는 게 조금은 버겁다. 아니. 긴장감을 유지하기에는 이정도가 딱 좋다고 스스로의 위로하곤 혁대를 졸라매고 나니 배 쪽이 든든하다. 억지로 먹은 삼각 김밥과 물이 역류할 정도로.
혁대와 단추의 타협점을 찾는 노력을 하다 문득 시계를 보곤 서둘러 나머지 준비를 마치고  현관을 나섰다.
이곳에 이사 왔을 무렵만 해도 도심에선 조금 떨어져 있지만 놀랍도록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근처에 공사 중인 지하철역을 보고 고민 없이 계약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로 재정비다 뭐다 하며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음 공해에 시달리다가 공사가 끝나고 나니 버스정류장은 20분이나 떨어진 신 아파트 단지 쪽으로 옮겨가 버렸다. 가까운 곳에 공사 중인 지하철역에 대한 이야기는 지하철 공사라는 것이 1,2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로 모든 것이 설명 될 것이다.
그렇게 가장 가까운 지하철만 해도 버스를 타고 30분을 나가야 되니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합하면 지하철역까지 가는 것은 1시간이나 걸리는 이곳에서 어영부영 살다보니 이 년이 지났고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다. 하지만 익숙해 졌다는 것은 괜찮다는 것과는 다른 소리기 때문에 매일 아침 저 먼 곳에서 출발해서 만석을 만들어 오는 버스에 올라타 정차 한 번에 근력 포인트1%를 사용하는 고행을 수십 번 견뎌 내면서 목적지에 도착 하게 된다.
내리는 사람이 많음에도 다시 꽉꽉 들어차는 사람들 덕에 쿼터백이 수비수를 뚫듯 심한 몸싸움 끝에 간신히 -교통카드를 찍고 내린다(1인 일반)- 퀘스트를 완료한곤 잠시 숨을 돌리며 새로운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각오를 다졌다.
다행이도 지하철이 방금 전 출발했는지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적당히 사람이 없는 승강장 앞에 선다.
송정역은 출발역에서 몇 정거장 되지 않는 곳이라 줄만 잘 서면 앉아 갈 수 있는 역이었다. 금세 뒤로 여섯 명이나 늘어선다. 이렇게 긴 줄에 앞에 서있는 것에서 작은 우월감이 들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들어가 문에 가까운 구석자리를 차지했다.
한쪽으로 몸이 쏠리는 지하철의 운행상 몸을 기댈 수 있는 구석자리가 가장 편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눈을 감고 부족했던 잠을 보충 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손에 들고 온 지하철 일간신문을 떠올리곤 정치, 경제란을 휙휙 넘겨 스포츠, 예능 란을 확인했다.
‘후후후. 그래 그제 무도는 참 재밌었지.’
흥미가 가는 예능기사를 몇 개 읽은 뒤, 페이지를 넘겨 연재중인 만화를 훑어보았다.
툭.
“아 죄송합니다.”
두어 정거장을 지나고 나니 어느새 지하철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면 부딪치거나 발을 밟거나 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 정도의 일로 큰소리를 내는 사람은 드물었다.
“밝을 밟아 놓고. 그것뿐이에요?”
“네? 아. 죄송합니다. 전차가 너무 흔들려서요.”
“흥.”
하지만 가끔씩 신경질 적인 사람을 만날 때도 있다. 만날 남의 발을 밟는 사람을 보는 것도 아니니 이럴 때는 근처 사람들도 민망하기 그지없다. 사과를 했음에도 여성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고 남성의 얼굴에도 방금 전 태도로 인해 불만이 가득 차 보였다. 덕분에 좁디좁은 밀착된 공간에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나는 보던 신문을 덮고 살포시 눈을 감았다.
내심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눈을 감았다. 느낌으론 역 세 개를 지났을까.
활짝 열린 문으로부터 화악하고 바람이 불어왔다.
정체된 전차안의 바람과는 너무도 다른 바람 때문에 생각보다 깊은 선잠에서 깰 수 있었다.
‘우와. 뭐야.’
선잠도 잠이라고 잘 떠지지 않는 눈이 빛이 낯설어 제대로 눈도 못 뜨고 있는데 흐릿한 잔영이 너머로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미소녀가 들어왔다. 바람이 그녀에게서 불어온 것인가? 그런 생각이들 정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
저건 남자라면 아니 그것을 핑계로 삼을 생각을 없지만 이 자리에 있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시선을 빼앗길 것이다. 실제로도 몇몇의 남자들이 흘끔 흘끔 처다 보고 있었다.
저렇게 예쁘면 연예인이라도 하던가 라는 되도 않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지개를 펴며 뻐근한 목을 푸는 척하며 울리지도 않는 휴대폰을 바라보며,
흘끔.
흘끔.
흘금.
훔쳐보고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무심한 소녀는 자리가 있음에도 한쪽구석에 서있었다. 그냥 서있을 뿐인데도 교복으로도 가릴 수없는 아슬아슬한 밸런스의 몸매가 멋지다.  
‘안돼. 나는 오늘 부터 성직에 몸담을 사람이 아닌가.’
가끔 흘끔 거리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평정한 얼굴 표정을 위해 입술에 힘을 줘보지만 덕분에 콧구멍이 커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것인가.
다음 역에 도착하자 그녀와 비슷한 교복을 입은 무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왔다.
단번에 시장판처럼 시끄러워 졌지만 덕분에 미묘한 기류는 사라지고 그녀에게 몰리던 관심도 사리진 것 같았다. 몰려왔던 학생 중 한명이 ‘용귀’ 라면서 그녀에게 다가갔고 많은 학생들이 모여들며 그들 사이로 소녀는 둘러싸여 보이지 않았다.
저렇게 불량스러워 보이는 아이들이랑 어울리는 건가.
아쉽게...
“아쉽게 됐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돼.”
“엉?”
“저 아이는 무술마니아 라서 말이야. 머리도 몸도 온몸이 근육이야. 머릿속도 운동으로만 가득 차있고.”
“무, 무슨 소리……입니까.”  
“내말은 저 아이가 저 불량배들이랑 어울리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거지.”
처음 보는 여자가 내 옆에 앉아서 말을 걸어온다. 그것도 물어보지 않은 것을 나불나불 대면서. 뜬금없었지만 정신 차리고 여자를 다시 보니 방금 그들과 같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
“뭘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겁니까. 그리고 학생! 딱 봐도 내가 학생보다 연장자인데 반말하면 씁니까.”
  이정도로 속내를 비춰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내가 생각해도 놀랄 정도로 딱 부러지게 말하고 나니 푸슝 하고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손끝으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뼈마디가 쏴하고 시린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뒤늦게 긴장 아닌 긴장감이 찾아왔다.
흘끔 그녀를 바라보니 여전히 처음과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 같더니 피식 하고 웃어버린다.
뭐야. 지금 나를 비웃은거가? 라는 생각에 조금의 부하가 치밀어 오르는데 어느새 턱 하니 내 뒤통수가 그녀의 손안에 들어가 있었다. 묘하게 가까워진 얼굴을 이렇게 보다 문득 자기가 알고 있던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방금 전까지 웃고 잇던 소녀의 얼굴이 조금 무섭게 굳었다. 뭐야 이거 때리는 거야? 지하철에서 이상한 여자 고등학생한테 맞는 거야? 나 지하철 루저남으로 인터넷 타는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쑤욱 하고 당겨진 얼굴이 더욱더 가까이 소녀에게 접근한다.
모르는 여학생에게 뒤통수를 잡혀있는 묘한 상황인데도 나의 방정맞은 후각은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향긋한 삼프향에 취해 해롱댔다. 충분히 저항 할 수 있음에도 가만히 있는 것은 생각외의 상황에서 즐거움을 느끼기고 있기 때문일까?
“쿡.”
갑자기 나지막하게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굴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방금까지 화나보이던 소녀의 얼굴이 조금은 풀어져보였는데  이번에는 소녀의 다른 팔이 내 머리를 잡고 획하니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힘을 주었다.
순간 조금은 정신을 차려 소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보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귓가로 느껴지는 소녀의 숨소리 온몸의 힘을 빼놓았다.
“귀엽네요. 정하준 선생님.”
그 소리에 놀라 힘껏 그 손을 뿌리치듯 몸을 뒤로 젖혔다. 그녀가 놔준 것인지 아님 힘에 부친 것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게 떨어져나가 내팽겨지듯 지하철 유리에 머리를 부딪쳤다.
“뭐, 뭐야 어떻게 아는거야. 내...이름을.”
내 물음에 그녀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나에게 밀착해온다.
마주친 눈빛이 나 속을 훑고 지나갔다.
다시금 얼굴을 밀찰 해오는 그녀의 행동에 긴장하며 그녀로부터, 그 시선으로부터 몸을 피하려 움츠려 드는 자신이 있었다.
또 다시 귓가로 숨소리가 들려온다.
몸은 긴장되어 굳어갔지만 감각만은 더욱 또렷해져 그 향기가 그 숨소리가 너무도 선명하게 전해져왔다.
“그것은 말이지. 다 들리거든 선생님의 마음이.”
이 아이가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사실은 제가 초능력자거든요.”
    
Crim   2013-02-18 10:25:16
뭔가 시간이 훌쩍 날아가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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