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행복한 마을에 천사는 오지 않는다. 4. 우연 아니면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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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시에

등록일: 2013-02-03 14:51
조회수: 349
 
엉엉 우는 소녀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웠다.
초등학생이라고 불린 것이 그렇게나 서러웠던 걸까.
“슈퍼마켓 아줌마도 택배 아저씨도 책방 언니도 만날 초등학생이냐고. 으앙.”
아무래도 쌓이고 쌓였던 울분 같은 것이 하준 때문에 터지고 말았나보다.
하준은 생전 처음 겪는 일에 어쩔 줄 몰라 했고 요령 없이 옆에 서 있다가 그녀가 진정되고 나서야 사과를 할 수 있었다.
“미안해요.”
진정되고 나니 부끄러웠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나지막이 사과한다. 그다지 소녀가 사과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다시 그녀를 무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다.
“아니. 내가 더 미안하지.”
그 말을 듣고 소녀가,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해요.”
같은 콩트 같은 상황을 두세 번 반복하고 나서야 배시시 웃으며 미소를 보여주었다. 순박해 보이는 미소에 하준의 가슴이 뛰었다.
“자, 여기.”
다시 하준이 종이들을 넘기자 역시나 부끄러운 것은 사라지지 않았는지 소녀의 얼굴을 조금 붉게 변해있었다. 잠시 그렇게 꼼짝 않고 있다가 소녀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문득,
“혹시...우리 어디서 만난 적이 있던가?”라고 물었다.
“네?”
소녀의 얼굴에서 당혹스러움이 전해졌다.
하준은 실없는 소리를 했구나 하면서 마른 미소를 보이며 얼굴을 돌렸다.
“그런데 왜 이런데서 그...연습을 하는거야?”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어영부영 할 말을 찾다보니 엉성한 말투에 끝에서는 혀까지 꼬여버려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속으로는 올라오는 부끄러움 때문에 귀 끝이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원래는 옆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선생님이 오셔서요.”
그녀의 시선을 따라서 모퉁이에서서 몰래보니 그 아래에는 화단 난간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회선생님 통칭 ‘삼국이’가 있었다. 입에서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은 알 수 없는 어른의 어떤 고단함이 느껴진 다고 생각했다. 바닥에는 선생님이 피운 것으로 생각되는 꽁초들이 가지런하게 모여져 있었는데 척 보기에도 상당한 양이었다.
“그런데 서있지 말고 나와라.”
아무래도 선생님이 서있는 위치에서는 다 보였나보다.
하준은 어색한 미소를 하곤 꾸벅 인사를 하며 모습을 보였다.
“음. 오늘 온 전학생이던가. 정하준이였지.”
선생님은 조금의 지체도 없이 하준의 이름을 불렀다.
오늘 전학 온 그것도 담임선생님도 아닌 분이 학생의 이름을 바로 외운 다는 것은 학생에게 많은 관심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었다.
하준은 그것으로 선생님이 다르게 보였다.
“너는 내 이름 아냐?”
하준의 머쓱한 반응에 선생님은 씩 웃으셨다. 그 때 하준을 뒤따라 왔던 소녀가 담배 향이 독했는지 기침을 했고 선생님은 ‘이런 미안하구나.’라며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밟아 끈 뒤  땅에 떨어진 꽁초를 모아 가지고 있던 통에 집어넣었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근심이 비쳐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하준과 선생님에게 그런 사제 간의 정 같은 게 있는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생각은 머릿속에서만 맴돌았다.
“아, 안녕하세요. 선생님”
“그래 종이야. 벌서 전학생이랑 친해 진거냐?”
종이라 불린 소녀는 수줍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점이 더 동년배스럽지 않아서 귀엽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해봐라. 올해로 마지막 아니냐.”
“네. 선생님.”
종이의 얼굴이 잠깐 어두워 졌던 것을 하준은 보지 못했다.
선생님은 걱정스런 눈빛을 하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하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너…….”
“네?”
선생님의 입술이 움직인다. 하지만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무엇인가 말하려고 입을 움직이던 선생님이 가슴을 부여잡고는 털썩 주저앉았다.  

  4. 우연 아니면 필연.

  “다행이 조치가 빨라서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안미숙 선생님은 계속해서 머리를 조아렸다.
선생님이 갑자기 쓰러지시고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하준을 대신에 종이가 빠르게 119에 신고해서 선생님을 빠르게 병원으로 인도할 수 있었다.
학교에 소식을 전하니 제일 먼저 달려온 사람은 덜렁이 안미숙 선생님 이었다.
“그러니까 담배 끊으라고 했잖아요. 엉엉.”
“미안.”
의사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미숙선생님이 누워있는 삼국 선생님을 향해 소리치며 엉엉 울어댔고 그런 선생님을 오히려 환자가 위로해 주는 모습이 펼쳐졌다.
삼국 선생님과 안미숙 선생님은 나이차가 많아 보였는데 이런 사이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엄청난 가십 거리 일지도 모르겠지만 하준의 학교생활은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학교 중에선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 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열이 말해주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 아무도 모르는 비밀 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을 켜 시간을 보니 병원에 온지 1시간도 더 지나갔다. 라인과 함께 수많은 부재중 통화가 와있었다. 그제야 아차 싶어 통화목록을 확인하니 유열의 번호는 아니었다.
병실을 나서 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모르는 번호라도 이렇게나 전화를 많이 걸었다면 상당히 급한 용무였을 것이다.
평범함 통화 연결음이 이어지고 잠시 후 전화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소리는 귀청이 떨어져라 크게 들리는 외침이었다.
“바보 녀석아 뭐하느라 이제 전화를 받는 거야!”
예의 같은 것은 필요 없다는 듯한 외침에 전화를 받는 하준의 몸이 움츠려들었다. 한동안 듣지 못했지만 하준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형.”
하준의 다소 기죽은 목소리가 반대편에는 어떻게 들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반대편에서는 처음에 보여 주었던 노기를 없애지 않고 계속해서 소리쳤다.
“네가. 연락이 안 되는 동안 어머니가 어떻게 되셨는지 알고 있는 거냐?”
대뜸 그렇게 말하는 형의 말투에서 하준은 알 수 없는 불안한 마음을 느꼈다.
“엄마가 어디 안 좋아 지시기라도 한거야? 형?!”
정확히 말하자면 더 안 좋아 지셨냐고 물어야 했다. 하준의 어머니는 그가 아주 어릴 때부터 병을 앓고 있어 계속해서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노기는 사리지고 형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인마…….야 정하준. 왜 전화를 안 받은 거야 왜!”
형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하준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 쪽을 부여잡았다. 형의 말을 듣지도 않았는데 지레짐작으로 머릿속을 스쳐 자나가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하준은 오늘 하루의 일들이 모두 꿈만 같이 느껴져 몇 번이고 부여잡은 가슴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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