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행복한 마을에 천사는 오지 않는다. 3 소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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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시에

등록일: 2013-01-28 21:25
조회수: 362 /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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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m
 
“미안 그건 안 되겠는데.”
하준은 안지의 요청을 단칼에 잘라버렸다.
“무슨 일을 하는 동아리인지 듣지도 않고?”
“들어도 달라지지 않을 거야.”
“그렇군.”
하준의 말에서  단호함을 느꼈는지 안지가 요청을 다시 집어넣듯 말했다.
“그럼 입부에 대해선 여기까지로 할께. 대신 다른 부탁을 들어줘.” 하면서 하준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부 활동 재개 신청서였다. 형식적인 글들과 부원들의 동의서명이 있는 칸으로 끝나있었는데 서명은 임안지, 임인기 두 명 것이 돼있었다.
“이걸 교무실에 갖다 주면 되는 거지?”
“그래.”
안지가 작게 대답한 뒤 눈을 감았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서 삐친 건가라고 생각하곤 교실을 나서려는 때,
“교무실을 갈 때는 왔던 길 말고 구관 뒤로 돌아서가. 그것으로 내가 생각하는 지갑 가치만큼의 일을 해줬다고 생각할게.”
“뭐?”
무엇인가 말을 하려했던 하준을 무시하고 이제 그만 가라는 듯 손을 휙휙 저었다.
놀림 받는 것 같아 가슴속에서 솟아나는 분함을 풀 곳이 없어 문을 세게 닫고는 생각 보다 그 소리가 커서 스스로도 조금 놀랐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는 바람소리만 지나고 있었다. 하준은 불어오는 바람이 왠지 오싹해서  바로 핸드폰을 꺼내 라인을 확인하곤 -지금 간다-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고 두 팔을 비비며 복도를 걸었다. 계단을 내려와 신관으로 가는 길을 가려다 문득 안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구관 뒤로 돌아서가라-
하준은 아까 전 인기를 쫒아서 구관에 온 것이 처음이었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 길이 가장 가까운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구관을 돌아서 가라고 하는 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자신에게 심술을 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구관 뒤편으로 가려던 다시 다리를 돌려 인기와 왔던 길로 향했다. 하지만 기세 좋게 걸어가던 하준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다.
“이 느낌은 뭐지.”
전에 없던 너무도 강한 기시감과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같은 말, 비슷한 말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머릿속에 외치는 사람은 누군가? 그런 감각이 그런 생각이 하준의 발을 무겁게 했다. 그런 와중에도 하준은 자신에게 들리는 그 말을 자세히 듣기 위해 신경을 곤두 세웠다. 어째서인지 그 말을 확실하게 듣고 나면 이 정체모를 두통이 사라질 것 같았다.
“후회?”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한마디와 함께  머릿속을 괴롭히고 있는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사라진다. 복잡하던 머릿속이 잠을 자고 일어난 것처럼 몽롱했다.
“......이런 건 확실히 해두는게 좋겠지. 어딘가 창문으로 보고 있다가 트집 잡힐 수 도 있으니까.”
그렇게 하준답지 않은 핑계를 대며 구관의 뒤편을 향했다.
자신의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에 이상을 느끼지도 못한 채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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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
구관의 뒤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 하면 부서진 돌담을 타고 자라는 오래된 덩굴이 가득 차 있고 정리되지 않은 화단에 마구잡이로 피어나고 있는 잡초나 들꽃들의 향기가 곳곳에 낀 이끼들의 매캐한 냄새와 섞여 잡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곳일 것이다. 이곳도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런 곳이었지만 구관은 자그마치 109년이나 된 오래된 건물이니 분위기는 더했으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았다. 장소가 외지고 남향이 아니라 해가 잘 들지 않으니 햇빛을 받기 위해 덩굴이 위로 솟고 음습한 곳에 이끼가 자라났을 것이고 십 수 년 전 신관으로 학생들이 옮겨간 이후에는 관리도 없고 발길도 뜸해져 잡초까지 자라고 나니 이런 모습이 됐을 거라 생각했다. 이런 곳은 의례 불량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아지트가 됐겠지만 하준은 순간 인기의 모습이 떠올라 그럴 일은 없겠구나 하곤 피식 하고 웃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인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건물 모퉁이에 다다랐을 즈음, 하준은 저편에서 들리는 목소리 때문에 우뚝 하고 걸음을 멈췄다.
“아, 안녕하세요.”
하준은 자기도 몰래 숨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저는...야.,양종이라고 합니다....저..저기 우...”
자그마한 소녀가 더듬더듬 무엇인가를 열심히 외우고 있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초록색 플라스틱상자위에 올라 한손에는 대본같이 보이는 두꺼운 종이를 들고 서있었는데 저것이 저 아이가 온전히 다 외워야 할 내용이라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앞부분만 수십 번 도전 하고 있었다.
‘중학생인가.’
연극 연습을 하는 거라면 계속 이곳에 있을 수도 없겠다 싶어 하준은 소녀의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럽게 걸음을 걸어 뒤편으로 빠져 나가려고 생각했다.
“저는양종이라고합니다저는.....아!”
하준이 소녀의 바로 뒤를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소녀가 중심을 잃고 비틀 거리더니 넘어졌다. 다행이 거리가 멀지 않아 하준이 달려와 안다 싶이 하며 받아 냈다.
“웃차.”
소녀는 가벼웠고 자그마한 몸은 양팔로 안으니 하준의 품안에 폭하니 들어왔다.
“괜찮아?”
“아...네.”
“떨어져서 넘어져도 크게 다칠 만한 높이는 아니지만 그런데 올라갔을 때는 조심했어야지.”
아이들 타이르듯 말했는데도 많이 놀랐는지 하준의 품에서 일으켜 줄 때 흘깃 보니 눈가에 눈물까지 맺혀 있었기 때문에 하준은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땅에 흩어진 대본들을 주워 담았다.
그런데 하준의 생각과는 다르게 소녀가 들고 있던 것은 대본이 아니었다.
“자기 소개서?”
진한 글씨로 ‘자기소개로 시작하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로 대한 고찰.’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이 쓰여 있긴 했지만 그 뒤로 시작하는 내용은 평범한, 아니 다 줍고 나니 30장이 넘는 양이긴 했지만 어쨌든 자기소개서였던 것이다.
“우......”
종이를 읽고 있는 하준을 보던 소녀가 다시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이 커다란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하준은 소녀가 눈물을 흘리면 그 눈동자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읽던 종이들을 재빨리 포개서 소녀에게 내밀었다.
“미안. 읽은 생각은 없었는데.”
사과의 말과 함께 내민 종이를 받아드는 소녀의 눈에 맺혀있는 눈(동자?)물은 다행히 떨어지지 않았다. 소녀는 앉은 자세 그대로 받아든 종이를 순서에 맞춰 정리하기 시작했고 하준도 어째서인지 일어서지 못하고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중학생이니?”
“흑.”
“아. 미안.”
생각해보니 적어도 중학교 건물은 돌담 반대편에 있었다. 아까 전 안아서 받아 냈을 때도 그랬지만 요즘 아이들의 성장을 생각해보면 중학생이 아니라 초등학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초등학생이구나.”
“으아앙”
결국 소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Crim   2013-02-18 10:18:14
초등학생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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