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행복한 마을에 천사는 오지 않는다.- 2. 은혜는 은혜로 갚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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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시에

등록일: 2013-01-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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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은혜는 은혜로 갚아라.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자 시끌시끌해진 학생들을 조용히 시키며 사회선생님이 빠르게 종례를 진행했다.
“그...뭐냐. 신 선생이 올 때까지 거... 중요한 시기니까 마음 단단히 잡고. 거 중요한 문제는 담임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라도 말하면 되고...뭐 내일 선생님이 한분 오시니까 걱정 없지만 서도 안 선생도 있으니까.”
전달사항을 말하던 선생님은 머리를 긁적이다 ‘에, 뭐 그럼 수업 끝!’ 이라고 말하곤 고개를 갸웃 거리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휘우. 삼국이가 저러는 거 처음 보는데.”
유열이 어깨를 들썩이며 알 수 없겠다는 몸동작을 보였다.
하준이 생각하기에도 방금 전 딱 부러지는 수업을 했던 사람과 동일인물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횡설수설 말하던 선생님이 이상해 보이긴 했다.
“자자. 준. 첫날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내가 쏠 테니 햄버거 먹으러 가지 않겠는가?”
“어? 좋지.”
그의 넉살 좋음에 다시 한 번 놀라며 유열이 뒤를 따라나서다 그 옆에 한아가 없는 걸 눈치 챘다.
“항아는 학생회에 갔어. 작년에 학생회장이었거든.”
한아가 예전부터 반장과 학생회장을 줄기차게 했다는 말을 들으며 교실을 나서는데 문밖으로 나갔던 유열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우...우악?”
하지만 놀란 얼굴 표정에 비해서 맥이 빠지는 소리를 내며 엉거주춤 넘어질 것 같았던 자세를 바로잡았다.
하준이 뛰어가서 보니 문 옆에 목석같은 소녀가 서있었다.
“...인기?”
하준의 들릴 듯 말 듯, 자신 없이 뱉은 말에 인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지가 널 만나고 싶어해.”
지하철에서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이 억양 없는 말투였다.
“나를? 어째서.”
하준은 생각해봤지만 짚이는 데가 없었다.
“안지가 은혜는 은혜로 갚으라고.”
그제야 하준은 지하철에서 그녀와 했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지갑을 찾아줬으니 넌 하나 빛 진거야 그러니 은혜는 은혜로 갚아. 언젠가 도움이 필요할 때 한번 도와주는 걸로. 물론 무리한 도움은 바라지 않을 거야. 네가 지갑에 가치와 같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도와줘.’
그때 하준은 쌍둥이의 미모에 취해서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잊어버려도 아쉬울 것 없는 지갑이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보통은 바로 써먹지는 않잖아...’
마음속으로 성급했던 자신을 책망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녀가 지갑의 가치와 같다고 생각하는 일이면 도와 달라고 했으니 무리한 부탁이면 거절하면 될 일이었다.
“미안 유열아. 사정이 좀 생겨서.”
“음. 쌍둥이. 오래 걸리는 일이야?”
유열의 물음에 인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아니라는 의미인지 모른다는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유열은 아니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런 일이라면 어차피 항아를 기다리기도 해야 하니까. 교문 옆 쉼터에서 기다릴게. 너무 늦을 것 같으면 라인해.”
유열이 엄지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는 모습을 보고 잠시 멍하니 있던 하준은 아! 라고 말하며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을 탁 하니 가로채선 재빨리 자신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곤 전화를 걸었다.  유열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준-이라는 이름으로 내 번호를 저장하곤 재빠르게 할일을 마친 사람처럼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하준은 유열의 등록명을 그와 똑같이 열로 하려다가 왠지 부끄러워져서 유열이라고 저장하고는 멋쩍은 듯 자신의 이마를 쓸어 넘기며 인기를 재촉했다.
“갈까.”
인기는 대답 없이 빙글 돌아서서 앞장서 걸어갔다.

인기를 따라간 곳은 학교 구관이었다. 신관들이 널따란 연결 통로로 이어진데 반해 구관은 복도도 좁고 반대편 건물을 가기 위해선 반드시 3층을 지나야 한다던가 하는 구조적인 불편함이 있었다. 유열에게 들었던 말 중에는 그 때문에 신관이 지어지고 나서 구관을 허물려고 했지만 졸업생일동의 반대로 부실 등으로 개방했다고 한다. 때문에 전에는 교실이었을 방들에는 반을 알리는 푯말 대신 동아리 이름이 적힌 동아리 명패 같은 것들이 걸려있거나 벽에 붙어있거나 해서 어떤 부의 부실인지를 알 수가 있었다.
학교건물 중 가장 안쪽에 있고 가장 높은 4층 가장 끝에 있는 교실 앞에서 인기의 걸음이 멈췄다. 음악실의 명패가 걸려있으니 원래는 음악실일 거라고 생각했다.
인기가 가볍게 노크를 하고는 대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드르륵 문을 밀고 들어갔다.
어두웠다.
창이 있을 벽 쪽에 커튼들 아래로 비쳐오는 햇빛을 보니 커튼만 저치면 굉장히 밝은 교실일거라고 생각했다. 우둑하니 서있는 인기를 지나 창 쪽으로 가는데 발아래에 있던 의자에 정강이를 부딪쳐 하마터면 넘어질 뻔 한 하준은, 뒤늦게 불을 켜는 인기를 조금 원망스런 얼굴로 쳐다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뚱한 얼굴뿐이었다.
구석에는 자재인지 뭔지 모를 박스들이 쌓여있었다. 교실은 굉장히 넓어서 박스가 있는 곳까지 한다면 일반 교실보다 반 정도는 더 커보였다. 빈자리들에는 한눈에도 고장 난 것 같이 보이는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인기는 어느새 문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결국 하준도 근처 의자에 앉았다.
자신을 데려온 사람은 졸고 있고 자신을 부른 사람은 자리에 없었다.
‘유열이한테 라인해야 되나.’
할 것도 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하준은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인기를 보았다.
무엇이 그리도 피곤했을까. 저런 불편한 의자에 앉아서 졸고 있는 모습이 새삼 하준의 가슴을 뛰게 하면서 다시금 지하철에서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그때 휙 하니 벽 쪽에 있던 관리실 같은 곳의 문이 열리더니 안지가 나타났다. 순간 인기의 눈이 확 떠지며 하준과 눈이 마주쳤다.
“...”
아주 잠깐 졸고 있었는데 눈은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퀭한 모습이었다.
“수면실 비었으니까. 들어가서 자. 인기.”
인기는 대답도 하지 않고 하준과 안지의 옆을 지나 흐느적흐느적 수면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하준을 보는 안지의 눈이 흥미롭게 빛이 났다.
“너도 좀 쉬는 게 어때? 기다리느라 피곤했을 텐데. 수면실은 넓다구?”
“아니. 사양할게. 기다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빨리 용건을 말해봐.”
안지의 노림수를 모를 정도로 하준은 둔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장난에 걸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바로 용건을 듣겠다는 식으로 나갔다. 그것을 눈치챈 안지도 이렇게 저렇게 둘러가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기에 장난기 어린 눈을 지웠다.
“좋아. 단도직입 적으로 말할게. 정하준. 동아리의 부흥을 위해서 힘을 빌려줘. 우리 동아리에 들어와!”
안지의 폭풍 같은 일갈이 하준의 몸을 흔들어 놓았다.
    
Crim   2013-02-18 10:13:55
인기와 안지가 쌍둥이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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