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행복한 마을에 천사는 오지 않는다. 1. 별명은 악평, 호평. 어느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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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시에

등록일: 2013-01-21 23:24
조회수: 345
 
“선생님!”
청명한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빠르게 환기된다.
“같이 들어온 학생은 혹시 전학생인가요?”
선생님의 시선에 따라 학생모두의 얼굴이 하준을 돌아봤다. 어떤 컬트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통일감 있는 장면이었다.
  선생님의 아... 라며 뒤늦게 눈치 챈 듯한 얼굴을 보곤 지레짐작하지 않은 하준도 선생님의 이미지를 완성시켜버렸다.
이 선생님은 덜렁이구나-라고.
“조, 조금 있다가 소개하려고 했어. 안지는 급하구나. 호호호.”
“에~이 정말이에요?”
학생들의 놀림에 당황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하준이 생각한 것과 다른 학생들이 알고 있는 선생님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 어떤 비아냥도 없었다.     그것은 하준이 알고 있던 선생님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지, 진짜래두! 선생님을 놀리면 안 돼. 큼큼. 너희들이 예상하는 대로 전학생이야. 이름은... 음...음......”
선생님은 도움을 바라는 어린양 같은 표정으로 하준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런 모습을 보니  방치됐던 시간 동안 품었던 서운한 마음을 가졌던 것이 어리석었다고 느껴졌다.
“에...계도 고등학교에서 전학 왔습니다. 정하준입니다. 이런 시기에 전학 왔지만...쨌든 잘 부탁합니다!”
마음속에서 잘 모르는 어떤 감정이 솟아 자신이 생각했던 것 보다 힘찬 자기소개가 돼 버렸다. 말하고 나니 조금 쑥스러워 푹-숙인 고개를 들지 못 할 것 같았다.
“자식 멋있는데! 나는 고유열 이다. 사람들은 나를 목동의 탕아라고들 하지. 잘 부탁!”
“그렇게 노력해도 스스로 붙인 별명을 불러주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지? 그리고 아는지 모르겠는데 탕아라는 말은 ‘방탕한 사나이’라는 뜻이라고?”
“뭐, 뭐라고?!”
두 명의 이야기로 교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덕분에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처럼 돼서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간단히 말하게 됐다.
그것만으로도 하준은 벌써 자신이 이 교실에 융화된 것 같이 느껴졌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학교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교실에 들어오기 전 계획했던 것들이 모두 어리석게 느껴질 정도로 이곳은 너무도 포근하고 따듯한 그런 곳이었다.
어쩌면 하준은 지레짐작으로 겁을 집어먹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 별명.

첫 시간이 자신의 수업인줄 모르고 교실을 나섰다가 돌아온 덜렁이 선생님으로 인해 교실은 또 한 번 웃음바다가 됐다. 이번에도 다들 알고 있었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노골적인 분위기가 풍겼는데, 눈치 채지 못한 선생님의 둔함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난이긴 했지만 사실은 ‘누가’ 이 흥미로운 장난에 초를 치지 않을까 라는 긴장감이 만든 분위기였다.
하준은 여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지만 한 가지 의문으로 인해 비슷한 길로  닿을 수가 있었다.
오해가 있었지만 모르는 사람이 소매치기 당할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 그렇게 집념어린 ‘감시’를 하고 소매치기를 잡기위해 반대편 플랫폼까지 달려와 이단 옆차기를 보여주고 설교까지 했던 어떤 소녀가 선생님이 저렇게 놀림을 당하는데도 가만히 방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학생과 함께 어울려 선생님을 놀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 여학생의 이미지라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했거늘 어떻게 선생님께...’라는 오래된 말을 하면서 나설 수도 있었을 텐 그런 낌새도 없었으니 말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급식을 먹는 사람과 매점 파, 도시락 파가 나눠지고 교실에 남은 도시락 파는 책상을 붙여 서로의 도시락을 펼쳐놓았다.
형형색색의 도시락과 가지가지의 반찬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뷔페식을 떠오르게 했다.
아쉽게도 하준은 도시락 파가 아니었기 때문에 입맛을 다시며 교실을 나서는데 뒤에서 희열이 살갑게 말을 걸어와서-우리 학교 매점은 처음이지?- 자연스럽게 함께 매점으로 가게 됐다.   옆에는 유열과 콩트를 주고받은 반장-유한아가 함께 있었다.
  
“오호.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아. 준.”
고유열이 반대편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화젯거리를 삼기 위해 등굣길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 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아까 전 품었던 의문에 대한 답도 들을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이 많이 있는...건가?”
전학 온 첫날인데도 아까부터 하준을 준이라고 부르며 허물없이 대하는 유열과 다르게 하준은 옆에 여자아이까지 앉아 있다 보니 약간 어색함을 느꼈기 때문에 말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 껄끄러운 감이 전해 졌다.
“많이 있었냐고? 하하 말도마. 나랑 항아-그렇게 부르지 말라며 이마에 꿀밤-하고 그 쌍둥이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계속 같은 학급 이였는데, 네가 보던 그런 일들은 일상과도 같은 일들이야. 조금이라도 어긋난 사람을 보면 금세 선도하려고 하니까. 초등학교 입학식 때부터 그랬지만 뭐 틀린 말을 하지는 않으니까 ‘정의의 사도’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오히려 다른 쪽의 이름이 더 유명하지.”
“다른 쪽의 이름?”
“퍼펙트 바이올런스-perfect violence! 완전 죽이는 별명이지? 좋게 말해서 선도지 당하는 사람은 참견이나 오지랖이고 시비 걸고 있는 걸로 보이니까. 싸움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동년배든 연상이던 남던 간에 KO. 그야말로 무패의 여신이지.”
유열의 목소리가 조금 들떴다.
“어떻게 해서도 매번 폭력으로 끝나선 의도가 좋아도 의미 없어. 폭력 만화가 아니니까. 결과가 항상 그 모양이어선 안 하는 만 못해.”
한아가 모카빵을 한입 배어 물으면서 질렸다는 듯 말했다.
“학교라는 이름의 링에서 서로가 가진 힘을 부딪치는 원초적인 무대. 그곳에서 최강이라는 칭호를 가진 가련한 소녀!”
“뭐라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너한테 만화를 못 보게 하는 거야.”
한아가 유열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케켁. 항복. 항복.”
유열의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급하게 외쳤다. 실제로 목을 조른 것 같았다.
‘울트라 바이올런스?’
아웅다웅 하는 둘을 내버려두고, 하준은 생각에 잠겼다.
여자한테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다. 하지만...대뜸 사람한테 날라 차기 했던 것을 떠올리며, 하준은 터무니없는 별명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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